화성에서 맥을 이어 가는 우리 민족의 전통, '계명주'

계명주사진

 

저녁에 술을 빚어 다음날 새벽닭이 울 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 ‘계명주(鷄鳴酒)삼국시대에 백제의 술은 ‘소곡주’, 신라의 술은 ‘경주법주’, 고구려의 술은 ‘계명주’였다고 합니다이처럼 우리민족을 대표할만한 계명주가 사라져 갈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요. 다행히도 화성시에 위치한 수원대 박물관(관장 양정석)에서 잊혀져 가는 이 술의 맥을 이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수원대 박물관을 찾아 계명주와 화성시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았습니다.

 

 

■ 단맛과 은은한 솔향

 

저녁에 빚어 새벽에 마신다는 계명주는 이름처럼 고문헌상에 속성주, 일일주, 삼일주라고 나옵니다. 과거 고구려 지역에서는 집에 술이 없으면 급히 계명주를 만들어 마셨는데요. 이 때문에 ‘잔치술’, ‘속성주’라고도 했습니다. 또 엿기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엿탁주’라는 이름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보름 이상의 정성스러운 제조과정을 거쳐야만 참 맛이 나는 술입니다

계명주는 연한 황색을 띠며, 부드러운 신맛으로 시작해 뒷맛은 달달한 맛이 나는데요. 그리고 은은한 솔향이 입안에 남아돕니다. 이는 바로 누룩, 수수, 솔잎 향이 어우러져서입니다.


쉽게 취하지 않으며, 설령 취해도 금방 깨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계명주를 적당량 마시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폐와 위를 보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계명주 연구소 사진

▲ 수원과학대학교 내 ‘계명주’ 연구실. 최옥근 명인(우측 두 번째) 이창수 전수자(우측 세 번째) 등이

이곳에서 계명주를 연구, 전수하고 있다

 

 

■ 수수·옥수수 주원료


 

계명주는 국내 전통주 중에서 보기 드물게 수수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씁니다. 쌀이 귀한 북쪽 지방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인데요. 중국 고량주의 주원료이기도한 수수는 계명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입니다. 이 때문에 본래 계명주는 붉은 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옥수수가 들어오고 옥수수를 사용하면서 지금은 황색이 된 것입니다.

 

 

계명주의 주원료인 수수와 옥수수 사진

▲ 계명주의 주원료인 수수와 옥수수

 

일반적인 전통주는 지에밥으로 빚지만 계명주는 죽을 쑤어 만듭니다. 일주일 동안 묵혀둔 누룩에 옥수수와 수수를 갈아 넣고 물을 부어 죽을 만드는데요. 이렇게 만든 죽을 삼베자루로 거르고 솔잎과 함께 발효시키면 계명주가 됩니다.

 

 

■ 사라질 뻔한 사연

 

계명주는 최옥근 명인에 의해 그 맥이 유지되었습니다. 최옥근 명인은 1987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로 등록되고 1996년 농림부가 ‘식품명인’으로 지정한 술의 명인이신데요. 최 명인은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빚어 오던 이 술이 뒤늦게 동의보감에 기록된 ‘계명주’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설과 자금 등 상황이 좋지 않아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하고 가끔 소규모로만 만들었기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수원대 박물관에서 계명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맥을 이어 가고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지난 해 10월 병점 떡전거리 축제에 선보였으며, 화성시의 대표적 문화원형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 원형 보존 위해 대학으로

 

수원대박물관은 지난 2006년 경기도 문화유산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에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는 문화재조차 경기도민의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는 먼저 지역주민들의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2007년 경기문화재단과 힘을 합해 우선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경기문화재대학과정을 개설했는데요. 첫 주제로 경기도의 전통술을 정하고 현재 지정돼 있는 경기도 무형문화재와 전통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경기도의 전통술의 역사와 제조에 관한 전 과정을 배워 보고, 전통술제조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10주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이때 쌀을 가지고 술을 담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수수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강건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의 발효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계명주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양정석 수원대박물관장은 “이후 수원대 박물관에서 문화재대학과정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수강생들이 계명주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이 술을 쉽게 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해결책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양 관장은 “그 과정에서 같은 경기도 무형문화재였던 부의주가 더 이상 보존되지 못하고 지정이 해지되는 것을 보며, 자칫하면 계명주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다”며, “그래서 구호로만 하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이 아닌 실제적으로 그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지난해 드디어 계명주 제조시설을 수원과학대학으로 이전해 이 연구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계명주’ 장인 화성에

 

최옥근 명인 사진

▲ 전통적인 방법으로 계명주를 빚고 있는 최옥근 명인.


과거 화성에는 경기도 무형문화재였던 ‘부의주’의 양조장이 있었는데요. 그러나 철저한 준비 없이 이루어진 산업화로 인해 생산과 판매가 지속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문화재로서의 맥도 끊어지게 됐습니다

‘부의주’는 원래 경상도 전통주에 기반을 하고 있는 용인민속촌의 동동주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화성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문화재로 지정된 장인이 문화재를 만들어 내는 장소 역시 그 의미를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계명주도 원래는 평양지역의 전통주였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수원에서 문화재로 지정되고, 이후 남양주와 이천으로 제조장이 옮겨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화성에 있는 수원대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문화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수원과학대학 연구실에는 최옥근 명인과 그 전수자 이창수 씨가 연구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양정석 관장은 이에 대해 “화성에 다시 경기도 무형문화재인 전통주를 만드는 장소가 생긴 것”이라며, “지정이 해지되기 이전의 무형문화재 2호였던 부의주를 대신해 새롭게 무형문화재 1호인 계명주가 화성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창수 전수자는 “무형문화재의 경우 장인이 핵심”이라며, “화성에 이러한 장인이 왔다는 것은 그 지역에 큰 행운”이라고 밝혔습니다.

 

 

■ 전통은 만들어 가는 것


이러한 계명주가 화성지역 대표 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는데요


양정석 관장은 “전통은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한 자리에 멈추어 있는 그 무엇이 아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아껴 줄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즉 전통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병점 떡전거리축제 사진

▲ 지난해 10월 병점 떡전거리 축제에서 계명주를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양 관장은 화성시민에게 “계명주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가장 먼저 지정됐지만 만들어 가고 있는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통주에 대해 화성시민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화성시와 화성문화재단 등에서도 지역의 명주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이 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계명주가 다시 다른 곳으로 떠돌아 다니게 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많은 화성시민에게 계명주를 알리기 위해, 올해 수원대 박물관에서는 화성시민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계명주 전수과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계명주에 대한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Posted by 소통하는 삼성전자 소통블로그

안녕하세요 삼성반도체 이야기 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아름다운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 1